숲길을 걸으며…
강 허니
흔히 수행을 많이 쌓은 고승이나 현자들이 말하기를, ‘인생은 막막하고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광야의 한 복판에 떨구어진 티끌 같은 삶으로부터 허무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찾아가는 고행’이라고 한다.
나는 가끔 숲길을 걷다보면 바로 위에서 말하고 있는 인생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환각에 빠지곤 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수많은 선인들이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지나갔던 흔적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졌을 것이며, 내 뒤를 좇아오는 나의 후손들 또한 내가 휘적거리며 걸어 온 이 길을 멍청스럽게 밟아 오리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인생길보다는 숲길을 걸을 때가 더욱 좋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인연들에 둘러싸여 웃고 울어 왔듯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숲길의 양편에는 이름조차도 다 알 수 없는 온갖 생명체들이 나를 향하여 말을 걸어오는 것이 좋고, 서로가 나의 친절한 벚이 되어 주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고 감미로운 숨결을 품어내 주는 포근함이 있어 좋고, 또 어떤 것들은 꽃이라는 치장을 하여 나의 시각을 유인하고 향기라는 냄새를 내어 나의 후각을 간지르기도 하는 것이 어여쁘다.
또한 나는 자신의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나타내어 서로의 마음 밭을 어지럽히는 인간사회보다는 은밀하고 은근하게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숲속의 친구들에게 마음이 끌린다.
이처럼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의 생명체는 대체 누가 보내준 것일까. 아마도 외롭고 힘든 세상, 서로를 위로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라고 보내 준 하늘의 축복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숲길을 찾아 나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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