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어린이들 것이어야 했을까?
강허니
어젯밤 꿈이 좀 좋다 했더니 오늘 천변 산책길에서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 웬 아줌마가 다가오시더니 친절한 음성으로 "예수 믿고 천당 가세요"하며 내 손에 뭔가를 꼬옥 쥐어 주셨던 것이다. 펼쳐보니 입교를 권하는 신앙 전단지에 보너스 사탕 2알이 붙어 있었다. 말하자면 자기 신앙 바겐세일이었던 셈이다.
아줌마를 멀리 따돌린 후에야 나는 전단지는 슬그머니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사탕만 꺼내 입에 물었다. 공짜로 얻은 것이라 그런지 미안하면서도 달콤하였다. 그와 동시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한복차림의 인자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내 기억의 여닫이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오셨다.
우리의 초등학교 어린시절에는 아직 해가 중천에 머물러 있는 시간에 일찌감치 학교를 파하고 나면, 펑펑 남아도는 시간을 처리하기 위해 삼삼오오 친구들이 짝을 이루어 갖가지 놀이를 찾아 다녔는데 그 중 여름 무렵이 되었을 때는 어린아이 허리 쯤 물이 채워져 있는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즐거움이 으뜸이었다.
하루는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실컷 물놀이를 즐기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남의 집 그늘진 처마 밑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셨다. 궁금하여 다가갔더니 우리에게 손가락으로 동이를 가리키시면서 저기에 오줌을 싸고 나면 사탕을 나누어 주겠다고 제안하셨다. 우리는 영문을 몰라 하다가 할아버지가 보여주시는 길쭉하고 말랑말랑해 보이는「누가」사탕의 유혹에 빠져 너나없이 바지를 내리고 동이를 향해 정조준의 오줌발을 시원스럽게 내려 갈겼다.
어쩌다가 흙으로 된 남의 집 담벼락에 실례하다가 주인아저씨의 눈에 띄어 담 무너진다고 군밤을 얻어맞은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노상방뇨의 범죄사실을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사례 상품까지 챙기는 일이 너무나 옹골진 일이어서 우리 모두는 얼른 점심 먹고 와서 한 번 더 순수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쉽게 결의하였다. 더불어 아랫동네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몫이 작아질 것을 예상하여 절대 비밀에 부치기로 약속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영문을 알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재촉하여 부지런히 점심밥을 먹고, 식 후에 마시는 물도 평상시보다 배나 늘려 오줌보를 최대한 충만하게 채운 후에 다시 그 자리에 찾아 갔을 때는 아쉽게도 그 날 필요한 목표량을 아주 쉽게 달성한 그 할아버지가 자리를 떠나시고 난 후였다.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 왔지만 나에게 한 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도대체 모아진 우리들의 소변은 어디에 쓰여 지는 것일까? 왜 꼭 어린아이 것이어야 하는가?’이었다. 만약 어른의 것도 상관없는 것이라면 굳이「누가」사탕이라는 보상이 없어도 장날 술집이 많은 후미진 뒷골목에 소 변통 하나만 내다 놓아도 금새 넘치도록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거라는 당위성이 내 우둔한 머리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찾아 낸 해답은 소변 성분 중에는 전래의 한방 재료로 쓰이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어른의 것에는 각종 불량성 음식물 섭취로 인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순도가 높은 어린아이의 것이 선호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글로벌 시대의 국적이 불분명한 각종 음식물에 노출되어 있어 옛날의 순수한 ‘신토불이’ 세대에서처럼 과연 순도 높은 성분 물질의 추출이 가능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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