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한마당/여기는 라오스, 라오스입니다.

나는 왜 이곳에 와 있는가?

허니강 2015. 11. 7. 17:00

강허니

지금 나는 원래 태어나고, 자라고, 세속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줄곧 살아 왔던 곳에서 지리적으로는 꽤 먼 곳에 와 있다. 결코 타의에 의해 밀려나거나 어떤 양심적 범죄로 인해 도망쳐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초한 유배의 지역에 떨어져 와 있게 된 것이다. 왜 나는 이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정년 이후로 계속되어 온 나의 숙명적인 화두는 앞으로 더 멀리 가야하는 미지의 원시림에서 어떤 또 다른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한 한 곳에서 그냥 하는 일 없이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원하는 바는, 남은 여생동안 누구에게도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이유로 인하여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포함하여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짐을 지어준다거나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기왕이면 나에게 주어진 잔존의 시간과 역량을 남을 돕는 일을 위해 소모시킬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처럼 소박한 나의 꿈을 이루는 일도 결코 수월치 않았다. 평소에 내가 신뢰해 온 어느 후배 선생님들께 이러한 나의 희망을 말하고 조언을 구했더니 ‘괜히 남들이 원치도 않는 일에 섣불리 나서지 말고 그냥 그동안 수고해 온 육신의 건강이나 제대로 챙기는 것이 좋겠다’는 솔직한 충고를 들려주었다. ‘더 많은 세상일을 찾아 욕심을 내는 것은 좋게 말하여 ’열정‘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탐욕‘의 또 다른 이름 일 수도 있다’까지 하였다. 나는 더 이상의 쓸모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내 자신에 대해 깊이 절망하였다. 그래서 만사를 벗어나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방법이 인적이 드문 시골의 구석진 곳을 찾아 들어가 조용히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TV방송 매체를 통해 한 분의 귀인을 알게 되었다. 그 분은 나보다도 더 월등한 인생의 경륜을 쌓아 오신 분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왕성하게 동남아 각국의 가난한 청소년들을 찾아가 의료 및 교육 봉사를 하고 계시는 원불교 재단의 ‘삼동 인터네셔널 NGO'의 김명덕 이사장님이셨다.

 

나는 곧바로 그분을 찾아가 ‘저도 그토록 의미 있는 일에 여생의 삶을 불태워 갈 수 있도록 참여의 기회를 주십사’하고 간절하게 탄원하였다. ‘그럼 우선 현지에 가서 어떤 일을 얼만큼 해 낼 수 있겠는지를 스스로 탐색해 보라’는 허락을 받아 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라오스 북방 지역의 아주 작은 산골의 도시 시엥쿠왕주 ‘폰싸반’ 변방에 불과 몇 해 전에 ‘삼동 인터네셔널 NGO’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유․초․중 종합학교인「살롬학교」주변의 NGO사무실에서 기거하면서 학교 전반의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아직은 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마땅히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서둘지 말고 차분하게 현지 적응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하라’는 이사장님의 배려로 나는 늙은 나이에 새삼스레 새로운 세상에서 아주 혹독한 ‘홀로서기 훈련’을 자청하고 있다.

 

여기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많은 명상과 체험을 통해 ‘인생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지’를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한다. 나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를 바란다.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