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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라오’를 향하면서

허니강 2015. 10. 19. 09:22

강허니

도대체 나에게 ‘라오’는 어떤 운명의 인연으로 다가서 오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내가 아껴서 쓰고 남은 용돈처럼 나의 한 생애를 끝내고서도 여분으로 주어진 시간과 생명의 에너지를 좀 더 의미 있게 소모시킬 수 있는 마지막 신의 선물일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평생을 마땅한 재능과 정신적인 의지와 실천적 행동능력을 제대로 타고 나지도 못했으면서 그저 막연하게 이상의 신기루를 좇아 허망한 세상을 살아 온 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연장전의 기회일는지도 모른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간과 자유의 축복을 온전하게 감당하지 못하고 이 일, 저 일을 두리번거리다가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동남아시아 오지 학교 교육 봉사의 일이 애초에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의도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 과분하게도 국제 구호 단체인 ‘삼동 인터네셔널(INGO)'의 라오스 사업 현장 본부장(대행)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걸머지게 되어 두렵고 당황스럽다.

 

평소에 내 일상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하고 그들의 솔직한 조언을 구해오던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의 갑작스러운 변신의 처지를 설명했더니 모두가 나의 만용을 나무라지 않고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나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만방에 구현할 수 있는 물심양면의 후원과 봉사를 자원하여 주었다.

 

내가 교육계에서 한 평생을 소일하면서 숱하게 말로만 떠들어 왔던 ‘사랑’과 ‘봉사’와 ‘나눔’의 구체적 실상은 사실은 전혀 우리의 눈에 뜨이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소리 없이 실천되어지고 있음을 이곳 INGO 활동 현장에서 발견하고 나는 얼마나 참담하고 부끄러워졌는지 모른다. 이제라도 그들의 숭고한 인류애의 꼬리라도 살짝 물어 보고 싶다.

 

멋모르고 뛰어 들어온 이일을 어떻게 모양새 있게 꾸려나가야 할지 걱정이다. 그러나 나의 능력으로 채울 수 없는 일들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줄곧 나의 삶의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어 들어주기도 하고 절뚝거리는 영육을 위로하며 부축해 주었던 나의 은인들이 끝까지 응원하고 격려하여 줄 것을 믿으며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보려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일들이 결코 내 가정의 평화로운 안녕과 경제적인 이익에 전혀 도움 되는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직껏 별다른 불만을 내보이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아내와 가족들 모두에게 짙은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