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만나는 나의 친구들
강허니
당신은 아주 바쁘게 세상을 살다가 어느 쉬는 날, 실컷 늦잠을 자고나서도 한참이나 남겨지는 텅 빈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얼른 할일을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 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럴 때 가장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것이 친구와의 만남이다. 만나서 할 말, 못할 말 실컷 떠들어대고서도 더할 말이 남아 있는듯하여 아쉬워지는 그런 친구 말이다. 그러나 내 주변에서 나처럼 할 일이 없어 내 주변머리 없는 잡담들을 한가하게 들어 줄만한 친구들을 얼른 찾아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책을 통한 친구 찾기> 놀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 한해에도 대략 80여명의 작가 친구들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거나 아니면 꾸며내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나보다도 훨씬 많은 얘깃거리들을 가지고 있어서 나를 항상 즐겁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이야기가 바닥이 나서 더 이상 할 이야기를 찾지 못하여 불안 해 하지 않아도 되었고, 나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가끔 고개를 끄덕거려 주기도 하고 또 가끔은 눈물을 지어가며 감동을 표시해 주는 것만으로도 족하였다.
그들은 아무 때나 내가 만나자고 할 때 가다렸다는 듯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나타나 준다. 그리고는 나의 영혼을 동반하여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 준다. 그 곳에서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광경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고 우울한 삶의 장면을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또한 ‘책’이라는 인쇄된 길을 함께 걸으며 나의 친구는 쉴 새 없이 새로운 사실을 나에게 알려 주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지혜를 깨우쳐 주기도 한다. 얼마나 친절하고 고마운 친구인가.
나는 금년에는 더 많은 ‘책속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내 곁으로 불러 오려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지식과 지혜를 그들로부터 구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세상을 다 살고 난 후에 내 영혼이 우주의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을 때, 내가 만난 ‘책속의 친구’들을 통해서 듣고, 보고, 깨우쳤던 세상의 많은 일들을 나보다 먼저 그 곳에 가 있는 선인들을 만나 들려주려고 한다. 그러면 ‘웽∼, 우리가 한 때 살다 왔던 지구의 세상과 인간들이 그처럼이나 많이 변해버렸단 말이야?’하고 놀라는 모양으로, 모두 내 옆으로 몰려 와 귀를 바짝 세우고서 내 말을 재미나게 전해들을 수 있도록, 많고 많은 얘깃거리들을 보이지 않는 투명한 선물보따리 가득이 채워 넣어 볼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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