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한마당/여기는 라오스, 라오스입니다.

라오스는 또 다른 곳의 한국이었다. (5)

허니강 2015. 11. 14. 09:28

강허니

운동 삼아 새벽시장을 돌아보았다. 각종의 식료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죽은 쥐나 뱀과 같은 우리네 기준으로는 혐오성 동물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도 원시적 행태가 당당하지 못했던지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하였다. 얼마 전 나와 함께 잠시 동안 함께 지냈던 핀랜드 예비부부들이 보았다면 아마 질겁하고 도망쳐 갔을 것이다. 그들은 동물 애호 단체 NGO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라오스 사람들이 개를 죽이는 것을 우연히 보고 충격을 받아 예정보다 일정을 단축하여 이곳을 떠나 버렸다.

 

흔히들 라오스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고들 한다. 내내 철석같이 약속하고서도 막상 시간이 되면 오리발 내미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 분명히 미니버스 예약을 부탁해두었는데 아침에 확인해 보니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 그냥 무시해 버렸다고 했다. 황당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여행 책자에 안내된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야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남부 터미널에 도착하여 다시 차를 바꾸어 타고 예정된 시간보다 무려 40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만석을 채운 뒤에 출발하였다.

 

시엥쿠앙으로 가는 길 또한 굽이굽이 산길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굽은 길이 몇 번이나 될까하고 운전기사가 팔뚝을 좌우로 돌릴 때마다 일부러 횟수를 소리 안나게 세어보았다. 그러나 한 시간 동안 무려 200여 번까지 헤아리다가 부질없는 일인 듯 하여 그만두었다. 시엥쿠앙까지 대략 7시간 정도의 거리라면 얼른 계산해 보아도 무려 1400번을 돌리고 돌리는 부르스 춤을 연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삼 라오스에서는 법적인 제한 조치가 없어도 목숨을 걸지 않는 한 물리적으로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은 아예 불가능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주변의 산새는 험해 보인다. 그렇다고 산적들이 출몰하여 무작정 차를 가로 막고 선량한 여행객들을 강탈하는 불상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가끔씩 지나치는 산촌 마을의 양민들은 모두가 한정 없이 순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한 번씩 차를 세우고 숲속에 들어 가 가림막이 필요 없는 노천의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다. 오직 이때만큼은 남성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여성 승객들은 남성보다도 훨씬 깊숙한 곳까지 찾아 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르앙프라방에서 출발 할 때 내가 먼저 재빨리 탑승하여 비교적 다리 뻗을 공간이 넓은 운전석 옆자리를 차지하였는데 젊은 미국인 연인 한 쌍이 앞자리에 함께 앉아가고 싶다고 바꾸어 달라는 바람에 베갯머리도 없는 옹색한 좌석에 앉아 장시간을 견뎌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였다. (에끼, 장유유서도 모르는 버릇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한바탕 길게 쉬어가는 휴게소에서는 간이 화장실 한 번 이용하는데 우리 돈 200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생리적 본능 행위마저도 돈으로 계산하려고 하는 야박한 심성에 시골 사람들까지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예 이를 본 따서 차량이 다니는 길가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여러 칸의 재래식 화장실을 지어 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미 신의 자비로운 허락을 받고 자연적인 화장실을 이용하여 급한 용무를 다 마쳤으니 어쩔 것인가.

 

대도시에 가까워지면서 도로 공사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이곳저곳의 산허리가 잘려 나가고 큰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다. 그들은 자연이라는 신의 걸작품을 아무렇지 않게 훼손하는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은 지속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옳다.

 

나의 새로운 고향처럼 되어버린 곳. 시엥쿠앙 폰싸반 미니버스 터미널에 출발 7시간여 만에 겨우 도착하였다. 빨리 나의 쾌적한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 ‘톡톡이’를 대절하여 그새에 정들어 버린 내 집 같은 사무실 숙소에 도착하였다. 아, 이제야 좀 살만하구나. 고단했던 닷새간의 긴 여정이여.

 

( * 아이코 엉덩이, 팔, 다리, 엇깨쭉지 아파 죽겠네 ; 아차 늙은 사람이 자꾸만 죽겠다고 하면 진짜로 저승사자가 될러 온다고 하던데...ㅋㅋ )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