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황교수가 준..........

허니강 2006. 2. 15. 14:18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황 교수가 준 환상의 행복과 절망의 끝자락에서

강 헌 희

  그냥 말하지 않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어 버리기에는 속마음이 너무 아프다.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이 진실인가를 기어코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서슬 퍼런 칼 날 앞에서 결국 거짓은 낱낱이 속옷까지를 홀딱 벗기우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마지막 남은 최후의 치부만이라도 가려보고 싶어 하는 안타까운 몸부림은 미미하게나마 여전히 요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처럼 살벌한 진실공방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못내 나를 괴롭혀 온다. 왜냐하면 나 또한 아주 오래 전부터 학교의 교수-학습의 현장에서 나의 개인적인 전공 교과인 생물학과 관련하여, 인류의 마지막 최첨단 학문의 큰 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생명 공학의 전령사’임을 자부하여 왔기 때문이다.

  나는 70년대 초반부터 이미 대학의 관련 학과에서부터 불기 시작하였던 미래의 최첨단 학문으로서의 ‘생명 공학’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기울여 왔고,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살피고 수집하여 왔으며,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관련 학습 자료들을 투입하여 왔다. 또한 이공계의 학문적 소양이 잘 갖추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의 희망적인 전망을 앞세워, 생명 과학 분야를 선택하여 진학해 가도록 권유하기를 서슴치 않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배아 줄기 세포의 발견’이라는 ‘황우석 신화’의 세기적 센세이션이 ‘생명공학이야 말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황금 열쇠’라는 다소 과장된 나의 학문적 지론을 더욱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배경이 되어 주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나는 당연히 황우석 논리의 노예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의 충실한 전도사이기를 자처하였으며,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광신도임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현실에 있어서는 결국 황우석 신화의 대부분은 그야말로 황당하게 종결지어진, 글로벌 시대의 세기적 단막극으로 막을 내리게 된, 슬픈 운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참으로 가슴이 삭막해지고, 뇌 공간이 텅텅 비워져 버리는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도 한 때는 황우석을 괴롭히는 무리들을 향하여, 적대감을 가지고 분노의 화살을 쏟아 붇는 여론의 공격수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왜 애국주의는 나쁘고, 국가의 이익보다는 소 영웅주의적 공명심을 앞세우는 언론인의 속성은 미화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흥분과 반감이, 극도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국제적 음모론이나 학자들 간의 시기 다툼이라거나 재물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추악한 세속적인 싸움이 공방의 저변에 숨어있다는 세간의 유언비어에 심정적으로 경도되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진실’이라는 날 선 메스를 치켜들고 ‘황우석’의 껍질을 한 꺼풀 씩 벗겨나갈 때마다 나는 그를 욕하고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그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앞서기도 하였다. 아마도 과학적 성과와 비례하여 더 많은 연구비를 얻어 내어야 하는 압박감을 견뎌내기가 어려운 한국적 연구 풍토에서, 약간은 결과를 과장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그를 대신하여 변명해 주고 싶기도 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내 주변의 고급 연구 인력들이 외부에서 연구비를 얻어 용역을 얻는 경우에는 연구 시한에 쫓겨 극도의 정신적 초조감이나 기대성과에 대한 피 말리는 고통을 격는 광경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차제에 고백하건데, 나 또한 석사 학위 논문 작성 시에 일부 테이터의 조작이 있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졸업의 시점에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방편에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거짓 논문이 무조건 관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다만 거짓 없는 논문이 쓰여 지기 위한 연구 풍토 조건의 개선은 이번 기회에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할 우리 모두의 공통과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쨌거나 잠시 동안 행복의 무게가 컷던 만큼의 절망감으로 인해, 우리 모두를 일시에 엄청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트리기도 하고, 황량한 허탈감을 주기도 하였던 사건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차라리 거짓의 환상을 통해 느끼는 기쁨도 일시적으로는 기분 좋은 행복감을 줄 수 있었겠다는 역설적 논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이제 진실공방의 양편으로 나뉘어 대치해 왔던 우리 모두의 갈등과 불신의 앙금을 깨끗이 씻어내 버리고, 또 다시 차분한 일상적 발걸음을 앞으로, 앞으로 내디뎌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끝             (전주공업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