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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떠난 인류 거주 문화의 사치

허니강 2015. 6. 18. 23:02

동굴을 떠난 인류 거주 문화의 사치

강허니

 

태초에 인간이 신에 의해 지구상에 던져졌을 때, 우리 인류는 온갖 자연재해의 위협으로부터 소중한 생명의 촛불을 지키기 위해서 그야말로 풍찬노숙의 고통을 견디어야만 했다. 그때, 생존을 위한 천부적 지혜를 발휘하여 찾아 낸 거주공간이라야 겨우 최소한의 비, 바람, 추위 그리고 사나운 맹수의 공격을 막아주는 천혜의 ‘동굴’에 불과하였다.

 

그로부터 차츰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모이고 쌓여져 보다 차원 높은 거주문화가 지속적으로 발달되어 왔다. 도대체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 인류의 거주 문화적 욕망의 끝점은 어디일까?

나는 초등학교 어린 시절 때부터 평상시의 길을 오고 가면서, 어느 날부터 인부들이 주변의 땅을 파고 단단히 다져 건물의 기초를 잡고, 그 위에 허리통이 굵은 나무를 잘라 깎고 다듬어 기둥을 세우고, 가는 나뭇대를 엮어 벽체를 만든 다음 찰진 황토 흙을 발라 외부와 내부를 가르고는 최종적으로 머리에 지붕을 올려 그럴싸한 건물 한 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흥미로워 했던 기억이 머리에 뿌옇게 떠오른다.

 

오직 교직 외길 인생을 살아오다가 이제 겨우 이곳저곳을 둘러 볼만한 여유를 갖게 되면서 내가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숨겨진 호기심의 안경을 꺼내 쓰고 좀 더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중 첫 번째로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전북대학교 고창캠퍼스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개설 운영되고 있는 3개월여의 집중적인 ‘경량 목조 건축 전문인 양성과정’이었다.

 

 

 

아직은 개설된 교육과정이 충분히 체계화되지 못하고 운영시스템이 다소 미흡해 보였지만 나처럼 건축 문외한에게는 목조건축 전반에 걸친 많은 지식의 확장 기회를 제공해 주는 아주 보람된 시간이었다. 이제는 적어도 어설프게나마 하나의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져 안정적인 생활 편의를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주택 공간이 형성되어지는 과정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학적 건축 방식과 주변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미학적 안목을 갖게 되었다.

 

 

전국에서 모여진 저마다의 다양한 개인적 경력과 이질적인 개성과 천차만별의 인격체들이 총합되어 이루어진, 나로서는 전혀 생소하고 세대간격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새로운 어울림 또한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였다.

 

제법 빡센 교육과정을 무사히 수료하고 나서, 이제 남은 일은 국가의 혜택을 받아 배우고 습득한 소중한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사회에 공헌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직은 개인의 성장과 가족을 위한 경제 활동과 직업적 사회 활동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보다 발전적인 신분의 획기적 변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하겠지만, 나처럼 인생 후반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지금만큼의 건강이 허용되는 한계점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수명의 연장 혜택에 걸맞은 의미 있는 교육, 사회봉사 사업에 참여하거나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일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있다.

 

 

내가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도 ‘건축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배워서 네 집 지으려 하느냐?’고 물어왔다. 나의 대답은 내가 죽어서도 내가 지은 집에서 영구히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고 싱겁게 대답해 주었다.

 

인류 주거문화사적 개념에서 보면 주택은 ‘편리함’과 ‘편안함’이 주요 목적으로 출발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주택 소유 개념은 애초의 본질적 필요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듯하다. 집을 갖는다는 것은 곧 개인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는 의미를 수반하게 되면서부터 내부적 편리함보다는 외부적인 건축디자인의 ‘과장 효과’에 치중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고 탐낼만한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하여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넓은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화려한 전원의 주택을 지날 때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그럴싸해 보이는 건물의 겉모양처럼 나보다 못한 남들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심성과 행복한 마음의 부를 이루고 있을까를 의심해 보는 참 못된 심성을 갖고 있다.

 

 

한 가족 중심의 주거 공간 건축에 대해 일정기간 집중적인 교육 과정을 끝내면서의 나의 소감은 ‘훌륭한 주택은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으로부터 은혜롭게 제공된 지구의 땅과 자연의 자원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 욕구 충족을 위해 공평하게 그 혜택이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결코 주거 공간의 ‘화려함’과 ‘초라함’으로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