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허니
원래 각자의 직업에 <정년>이라는 제도를 두는 것은, 이제 그만큼 일했으면 편히 쉬어도 좋겠다는 뜻과 더불어 후세대들에게 일자리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에 순응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나는 그러한 묵시적 관행에 조금치도 불만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더 살아야 할 평균 수명까지의 기간이 너무 많이 남겨져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아무 하는 일 없이 무턱대고 시간을 밥 먹듯이 삼키고, 술 마시듯이 들이킬 수도 없어서 고민이다. 다행히도 평생을 쓰고도 남겨진 내 청춘의 기력을 어디에 쏟아 부을 것인가?
그래서 내가 나름대로 궁리해 낸 일중의 하나가 자연에 가장 가깝게 근접해 갈 수 있는 농사짓는 일에 끼어들어 보는 일이었다. 마침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매사에 창조적이고 도전적 추진력이 특성화된 친구가 이미 공기 좋고 주변 경관이 수려한 곳에 마련해 둔 농장 경영에 한 몫을 거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맨땅에 뽕나무,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을 대량 식재하고 거름을 주어 정성껏 가꾸어 온 보람이 있어 금년부터는 제법 소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가 첫 번째, 봉착한 문제는 생산된 물량을 원활하게 판매하는 유통망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친구나 나는 원래 타고난 천성이 장사꾼 마인드에서 좀 동떨어진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체면 불구하고 우리가 그동안 맺어 온 인간적 신의의 ‘네트 웍’을 최대한 활용하여 널리 홍보하고 협조를 구한 결과 의외로 많은 분들이 우리의 갸륵한(?) 정성과 용기에 호응해 주어 애초에 걱정하였던 '파리 날리기'까지의 허망한 상황은 간신히 모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장사의 기본 원리인 '수지타산의 형평성 원리가 과연 농사에도 정직하게 적용될 수 있겠는가?'하는 것이었다. 수리감각이 답답할 정도로 뛰어나지 못한 나의 계산법으로도 그동안 농사에 투입된 각종의 경비와 인건비 비용과 구매 이익간의 간격은 적자와 흑자간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은 내 친구의 대범한 현실 수용의 적응력이었다. 우선 잉여 재고량이 많지 않을 정도로 판매가 순조로웠던 점, 앞으로 더 많은 생산과 이익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희망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의 정성어린 땀방울이 값진 열매로 환생되어 수확의 기쁨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좋은 일이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다.
요즘에 우리 주변에는 도시생활의 각박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귀농 귀촌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고 있어 모처럼 꺼져가는 농촌의 호롱불에 작은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그 중의 어떤 분은 아주 순조롭게 농촌의 생소한 환경에 잘 적응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또 어떤 분은 아주 힘들어 하는 분도 계신다. 엊그제 우연히 시골길을 지나다가 만난 어떤 아저씨께 내가 '농사지을 만 하세요?'하고 가볍게 물었다가 대뜸 원색적인 육두문자를 구사하면서 정부의 농산물 유통 정책에 격렬한 불만을 터트리는 바람에 마치 내가 무능한 농수산부 장관이나 되는 것처럼 호된 비난에 직면하여 몹시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었다.
하긴 '세계사 어느 대목에서 농민이 우대받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를 생각해 보면 그저 억울하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농촌의 현실이요 우리의 운명이러니 하고 냉가슴을 삭히며 체념할 수밖에 없다. 내 친구의 너그럽게 비워진 대범한 마음가짐처럼 '내일은 우리가 사는 농촌의 마을에도 오늘보다 더 화창한 희망의 세계가 열려지겠지!' 하고 그저 묵묵히 천명에 순응해 나가는 자세로 바보처럼 한 세상을 살다 갈 수 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속 터지는 이 땅의 가난한 농민들이여!! 끝
첨부의 글 : 저희 <새솔터 농원>에서 올해 첫 처녀 소출한 뽕나무 '오디'판매에
적극 협력해 주신 구매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이 워낙 장사 속에 어둡고 경험이 없어 여러가지 구매과정상
시행착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친절하게
조언해 주신 점 또한 고맙습니다.
다음해에는 금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세련되고 보다 고객만족도
를 높혀 나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본격 출하되는 '블루베리'판매(문의: 010-3608-8882,
010-3671-9112)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강헌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