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나의 동기생, 청년 박지완
강허니
나는 평생의 교직생활 중에 다년간의 인문계열의 고등학교에서, 어쩌면 본인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게 되는 진학지도를 주로 담당하였다. 내가 담임하였던 학생들 중에는 불행하게도 대학 진학에 있어서 본인의 희망과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경우도 많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칭 S·K·Y 대학과 같은 명문학교를 비롯한 국내의 유수한 대학의 인기학과에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합격해 가는 기쁨을 이룬 바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내가 진실로 그들의 소질과 적성에 걸맞은 인생 지도를 올바로 했는지를 아주 가끔씩 내 자신에게 되물어 보곤 한다. 특히 인문계열 고등학교를 졸업해 나간 제자들 중에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사회 전반적으로 보편화되어 있었던 대학진학의 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나름대로의 현실적이고 선구적인 특정의 직업 세계로 막바로 진출해 나갔던 선지적 각성자들의 인생행로가 몹시 궁금해 질 때가 많다.
그 중에 가끔씩 소식을 나누고 있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남다른 길을 선택해 간 제자들 중에는 국내의 여성 헤어 디자이너 계통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남자 미용사도 있고, 식품 관련 중소기업체의 어엿한 간부 사원으로 성장하여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일식 요리사 출신도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학창시절부터 자신의 생애 목표가 뚜렷하였다. 나는 그들의 확고한 신념을 공감하고 격려해 주기 위해 노력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
내가 지금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출발을 탐색하기 위해 다니고 있는 「경량 목조 건축 전문인 양성 과정」에서 만난 청년 중에는 그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확신을 갖고 일찍이 ‘장인의 길’에 들어 선 젊은이가 있어 나에게 큰 감명을 주고 있다. 그는 흔히 예상하듯이 가정이 불우하거나 공부가 크게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부친은 정부 주요 부처 고위 관료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어릴 적에는 해외 주재관으로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가서 생활을 한바가 있어 지금까지도 능숙한 영어 회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도권의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으로 충분한 대학진학의 능력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보통 이상의 가정을 이루고 있는 편이어서 더욱이 우리의 일반적 상식으로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나는 그와 식사를 나누면서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를 물어 보았다. 그는 아주 단순 명료하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목수가 되는 일’이라고. 왜냐고 물었더니 ″공부보다는 목수 일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극히 현실적이며 높은 실현 가능성이 기대되는 그의 단순 소박한 꿈을 전해 들으면서 새삼스레 요즘의 무기력하고, 무 희망적이며, 자기가 원하는 편하고 돈 많이 벌어들일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하여 우울해 하는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에 대한 일방적 실망감에서 모처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5월 1일 ‘노동절’을 포함한 연휴의 공식적인 학교 휴업일을 맞아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교육생 모두가 각기 가족을 찾아 귀가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그동안 방과 후나 주말을 이용하여 개인 실습삼아 시작한 산골 마을의 ‘한옥형 정자’를 짓는 일을 끝내기 위해 보람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에게 자신의 직업 선택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을 물어 보았다. 아빠는 ‘네가 좋은 일이라면 너 하고 싶은 일을 해 보아라’하고 격려하고 지지를 보내 주신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지금도 “남들이 모두 힘들어 하고 피하려 하는 일을 왜 굳이 네가 하려 하느냐?”면서 자신의 직업 선택을 몹시 불만스러워하고 지금 당장에라도 그 일을 그만 두도록 때로는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간곡하게 호소하는 바람에 난감하다고 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많은 사람들은 쉽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직업에 관한 잠재적 귀천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금 이 나이에 들어서서도 할 수만 있다면 바로 그러한 잘못된 직업적 귀천의식을 청산 할 수 있는 행동적 모범을 보여주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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