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거리/아름다운 인생

세치혀

허니강 2009. 6. 8. 19:38

사람의 혀가 세 치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어려서부터 들은 ‘세 치 혀를 잘 놀려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으로 보아 아마도 그쯤 되지 싶다.

말은 나를 표현하고 나의 인격을 대신한다. 그러니 말을 쏟아내는 혀의 책임은 크다. 생활 주변에 그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이 허다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려든다’고 탈무드에는 적혀 있다. ‘혀는 뼈가 없지만 그 혀로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영국의 종교개혁가 위클리프는 말했다. 세 치 혀의 위력이야말로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 한 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는 사람을 더 많이 본다. 입 속에 조용히 혀를 가두어두고 있으면 그야말로 조용할 일. 공연히 입을 열고 세 치 혀를 놀려 뜻밖의 수난을 당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하기야 짧은 혀가 무슨 생각이 있어 말을 뱉겠는가. 모두가 머리와 가슴의 사주이건만 죄 없는 혀가 허물을 뒤집어쓰는 격이다.

만사를 고속으로 치닫는 요즘은 세 치 혀의 수난 시대다. 속전속결을 원하는 이들에게 짧은 말 마디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보니 대화에 허기진 사람들은 기회만 되면 제 나름의 혀 놀림으로 열을 올린다.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내려 마구 쏟아내는 언어는 무망중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포장되었던 인격은 순식간에 발가벗겨진다. 사태는 뒤엎어지고 쏟아놓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갈수록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세 치 혀 놀림이 두렵다.

조물주는 말할 수 있는 혀를 특별히 사람에게 주셨다. 신이 내린 선물 중에 어느 것보다 보배로운 선물이다. 이 은총에 대한 보답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람 사이를 평화롭게 하는 일이리라. 세 치 혀로 하여금 편안한 가운데 따뜻함까지 느끼게 한다면 뭘 더 바랄까. 부드러운 말이야말로 은은한 멜로디처럼 상대의 마음에 스며든다. 그 무엇보다 바람직한 일이건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각박해진 세상 탓은 아닐까.

아픈 마음을 다독이거나 꽁꽁 언 마음을 녹이는 약은 세 치 혀가 가지고 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세 치 혀. 그것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파멸시키기도 하니 매일매일 자신의 언어를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