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늘 새로운 소식에..........

허니강 2006. 2. 15. 14:16
LONG 글의 나머지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ARTICLE  

늘 새로운 소식에 굶주려 있었던 惡童들

강허니

  지금처럼 세상이 넓지 못하고 작은 마을 단위의 좁은 세상을 살고 있었던 시절에  우리들은, 항상 새로운 소식, 새로운 소일거리에 굶주려 있었다. ‘오늘은 또 뭐하고 시간을 보내지?’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어느 한 날에 어떤 친구가 방금 얻어 낸 우리 고장의 긴급 뉴스를 물고 와서는 숨 가쁘게 나를 불러대었다. 신나는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빨리 나와 보라는 것이었다.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나와, 영문을 몰라 하며 따라 나서는 나에게 친구는 비로소 우리가 지금부터 긴급하게 가야할 곳을 알려 주었다.

  우리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성산’ 아랫마을의 어느 집 어머니와 처녀 딸 간에 명절을 앞두고 집안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딸이 만약 자기가 원하는 ‘꽃무늬 신발’을 사주지 않으면, 저수지에 가서 콱 빠져 죽어 버리겠다고 위협을 하면서, 방금 전에 집을 뛰쳐나와 저수지가 있는 쪽 방향으로 달려갔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 나는 묘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모처럼만에 아주 그럴싸한 구경거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 이다. 그러고 보면 그 때만 해도 나는, 전혀 ‘휴머니즘’의 기본적인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는 천진한 악동에 머물러 있었던 모양이었다. 세상에 구경할 것이 따로 있지, 사람이 물 빠져 죽어가는 것을 좋아라고 구경 갈 생각을 하였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아무튼 우리는 부지런히 저수지에 이르는 지름길을 찾아 제발 우리가 그 곳에 도착할 때까지는 잠수의 시간을 늦추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헐레벌떡거리며 부지런한 걸음으로 그 곳을 향해 달음질 쳐 갔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우리들이 그 곳에 이르기 전에 상황은 이미 종료되어 우리보다 앞서서 그 곳에 구경 갔었던 뭇 인간들이 되돌아오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울면서 집을 뛰쳐나간 처녀아가씨가 저수지에 이를 때까지만 해도 사뭇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그럴싸하게 연출해 주는 듯 하였으나, 때 마침 그 곳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던 총각 놈들이 한사코 물에 빠지려는 것을 만류하여 그만, 결정적인 클라이막스 장면을 망치고 말았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왜 ‘후-유, 정말 다행이로구나.’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좋은 구경거리’를 놓친 것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를 지금도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살다보니, 우리네 인간들은 겉으로는 남을 위하고 배려하는 척 하면서도 속내로는 은근히 남의 불행을 즐기는 마음 즉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악마적 근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러한 못된 심상을 버리기 위해 꾸준히 마음을 닦아 나가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