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내 생각, 내 마음

꽃보다는 잎이 되어 살고 싶다

허니강 2009. 6. 1. 15:10

 

    보다는 잎이 되어 살고 싶다

       

                                                             

   

                                                                                강 허니(필명)

  꽃은 화려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내어 뽐내려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의 꽃보다 더 아름다운 색깔로 치장하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자기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보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잎은 항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묵묵히 일해 나가는 농사꾼의 모습을 지켜나간다. 단지, 태양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빛을 구하고, 다른 생명체들이 쓰고 버린 공기( CO₂)와, 토양에서 얻어 온 물과, 약간의 무기물을 이용하여,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먹고 남길 수 있을 만큼의 풍족한 식량을 생산하여 줄 뿐, 특별히 자신의 존재가치를 과장하여 내 세우려 하지 않는다.

  잎은 봄철에 뿌려진 씨앗의 껍질을 벗고 태어나, 이른 새벽 동이 터 올 무렵부터 녹색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한 낮의 땡볕도 피하려 하지 않은 채, 쉬지 않고 농사일을 거두어 간다.

  또한 잎은 넉넉한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폭이 넓은 그릇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없는 사랑을 실천해 나간다. 농사지어 얻은 수확량에서 겨우 자신의 기초생활을 지탱할 만한 정도를 남겨두고는 모두 지하 창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고속 통로를 통해 꽃으로 살고 있는 딸에게 보내기도 하고, 열매로 맺어진 아들에게도 보낸다.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잎은 한 때의 화려함을 잃고 힘없이 죽어 간 꽃을 그리워하면서, 가진 것 다 털어 내어 이웃에 나누어주고, 갈색 수의를 정갈하게 갈아입은 다음에, 잠시 낙엽이 되어 자유를 뒹굴다가 이내 흙 속에 묻힌다.

  그리고 잎은 흙의 고향에 돌아 가 누워있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도움을 원하는 현미경적 크기의 작은 생물들에게 마지막 남겨진 몸뚱이까지 다 헐어내어 줌으로서, 완벽한 나눔의 실천과 살신성인의 삶으로 마무리한다.

  나는 짧고 화려하게 살다가는 꽃이기보다는, 길고 진지한 모습으로 일생을 지내다가, 이내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잎을 따르고 싶다.  끝